가슴이 헤진 사람들이

마음이 바닥난 사람들이

한 떼로 몰려와서는

해를 잡는답시고

바다를 품는답시고

툴툴거리다가

달님이네 오징어 좌판에

쭈그리고 앉아

산오징어 한 점으로

갈매기 날갯짓 한 번으로

머쓱하게 돌아서는 곳

어부(漁婦)의 질펀한 입심과

방파제를 때리는 파도에 기죽어

낡은 그물께에서 가슴을 꿰매다

한 줌 포말로 가슴을 채워

의기양양하게 돌아서는 곳

☞조성춘 시인 프로필

김포시경제문화국장 정년퇴직. 시인정신 신인상 등단. 김포문인협회 회원. 통진문학회 회원

산문집『그때 라떼, 브라보 마이 라이프』출간

(詩감상)해를 잡아 바다를 품어 보겠다는 그럴싸한 목적을 가지고 바다를 찾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마음이 바닥난 사람, 가슴이 헤진 사람들이 철썩철썩 제 몸을 때리며 부서지는 파도에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바다를 찾기도 한다. 제 각각의 사연들이 모인 바다에서 사람들은 바다처럼 흐르는 삶을 살고자 한다. 누군가에는 희망을, 누군가에는 허기진 마음을 채워주는 바다에서 파도의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파도에 당당히 맞서고 있는 포말이 사라지지 않는 바다, 대포항 그곳에서 나도 사연 하나 품은 또 하나의 사람이고 싶다.(글/ 박미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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