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아기 시금치

지난밤 온 세상이 꽁꽁 얼어

잠을 자듯이 누워 있다

살았을까?

죽었을까?

밤새 춥다고

말도 못하고

시금치야!

전화를 하지 그랬어?

그럼 이불을 덮어 줄지 아니?

아니면 난로를 피워 줄지 아니?

(詩감상)

겨울이 제철인 시금치는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스스로 얼지 않기 위해 잎사귀의 당도를 올린다고 한다. 그래서 겨울 노지 시금치는 하우스 시금치보다 맛있고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식탁에 반찬을 올리기 위해 한파에 텃밭으로 나간 시인에게 아기 시금치의 존재는 소외된 이웃으로 클로즈업 된다. 1인 가구 증가로 나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는 고독사(孤獨死)가 늘고 있다. 사회안전망에 대한 비판은 언제나 반짝 관심을 갖은 이후 시들해지곤 한다. 아동문학의 한 장르 동시를 쓰고 있는 시인은 소박하고 단순한 사상·감정을 담아, 사회적인 관심과 손길이 필요한 이웃을 위한 메시지를‘많이 추웠지?’ 동시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연말연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을 살펴가는 시인의 따스한 혜안(慧眼)과 마음이 소중하고 감사할 따름이다.(글/박미림 시인)

☞이한옥 약력: 김포문인협회 회원. 『열린동해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등단. 동서문학상 맥심상 아동문학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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