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감정동 모습

나에겐 익숙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특별한’ 이야기

8년 전 김포시 고촌읍 보름산 자락에 자리한 보름산미술관(관장 장정웅)이 그림뿐 아니라 차를 마시고 책을 나누는 특별한 지역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그림을 감상하며 목가구와 석물 그리고 옛 기와 등을 만날 수 있는 미술관에 지난 2014년 따뜻한 봄날에 책방 ‘보름산미술관’도 문을 열었다. 서점이 사라져 가는 시대, 지역주민들에게 책을 나누는 공간이자 지역미술인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발간하는 곳.

<감정동 사람들> 표지

지난해 12월 발간된 <감정동 사람들>(장서윤作) 또한 보름산미술관 전략연구소(소장 장다운)가 기획한 것으로 미술관과 출판이 서로 융합한 결과라 볼 수 있다.

감정동에 거주하는 작가 장서윤 씨가 발간한 ‘감정동 사람’들은 조그만 골목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며 감정동 거리를 대화와 사연이 있는 문화공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의 일부다. 이름은 하나의 ‘몸짓’이 ‘꽃’으로 변하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맞는 이름을 갖고 있는 것도 이렇게 ‘꽃’이 되기 위함일 것이다.

장서윤 작가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감정동에서 그림쟁이로 살고 있는 장서윤 작가가 이웃한 사람들의 감정을 살펴보는 여정에서 만난 것이 ‘감정동 사람들’이다.

감정동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집으로 가는 길은 매일 똑같은 동선과 똑같은 풍경이다. 별로 길지 않은 거리지만 줄지어 선 각각의 상점들은 특별하지 않다.

작가는 그림책을 만들기로 하면서 자신과 가장 가까이 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보기 좋은 그림책을 위해 ‘감정동 사람들을 예쁘게 포장하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갖지 않았다. 보통의 사람들이 느끼는 일상의 ‘반복’, ‘지루함’, ‘억압’, ‘어려움’, ‘냉담함’ 등의 기분이 ‘감정동 사람들’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기를 바랐다.

그리고 길에서 만난 그냥 ‘꽃집’은 ‘미자네 꽃집’이 되고, 그냥 ‘요가 학원’이었던 곳은 ‘선우 날씬 요가’가 되었다. 또 그냥 ‘커피 전문점’이었던 곳은 ‘춘자 커피’가 되고, 그냥 ‘포장마차’였던 곳은 ‘간판 없는 실내 포장마차’, 그냥 ‘독서실’이었던 곳은 ‘1등 독서실’이 되었다. 무심한 몸짓들이 각각의 ‘꽃’이 되어 다가왔다.

■ 암호, 이름으로 서로를 연결

작가는 “이렇게 이름을 달고 나니 ‘감정동 사람들’ 등장인물 사이에서 조금은 깊은 이야기와 얽히고설킨 관계가 암호가 풀리는 것처럼 술술 흘러나온다”고 했다. 그리고 “지리멸렬한 일상처럼 보였던 감정동 사람들의 하루가 나에게 덤덤한 위로가 됐다”고 했다.

그림책 ‘감정동사람들’은 나에겐 익숙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특별할 수도 있는 풍경, 또 서로에게 익숙한 풍경을 이야기한다. ‘감정동 사람들’을 읽다 보면 일상에서 전하는 덤덤한 위로를 느낄 수 있다. 나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까지 소소하지만 조금 더 특별한 감정으로 만나는 것이다.

보름산미술관  홈페이지: www.boroomsan.com

곽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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