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달아난 구름

텃밭 나들목에 들어선다

시골 아낙 궁둥이 흔들다

털석, 푸성귀 밭에 내렸다

시간이 구름 타고 다니는지

어슬렁 어슬렁

밭 지키는 강아지 졸고

암캐 앞세워 마중 나온 남편

옥수수 꼭대기 앉은 잠자리

행복을 물컹 머금은 먹빛 하늘

욕심 담을 그릇 없어

지천에 깔려 천대받는 검정비닐

하늘로 높이 솟는다

구름 속에 든 비와 정물처럼

놓여있는 텃밭

귀퉁이 멀리

둥그스름 늙은 호박

펑퍼짐 여물고 있다

☞정진수 시인 프로필

계간 창작산맥 신인상 수상, 김포문예대학 20.21기 수료

김포문인협회 회원. 詩쓰는사람들 동인

공저 시집 『이정표가 가리키는 곳』 『달을 달래는 별』

(詩감상) 시인이 태어난 김제 고향집에는 구순의 노모가 홀로 살고 계신다. 자식들이 서로 모시겠다고 해도 한사코 고향집에서의 삶을 원하시는 노모, 그로 인해 일주일이 멀다 하고 홀로 계신 어머니를 찾아 고향길 마다하지 않는 자식들, 하루 세 번 안부 전화를 드리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다는 시인, 시인은 공기업 정년퇴직 후에도 능력을 인정받아 관공서 기간제근로자로 근무를 하고 있다.

한 달이 멀다 하고 어머니가 계신 고향길 찾는 시인과 늘 동행하는 이가 있다. 비바람이 있고 먹구름이 있고 눈이 부시도록 화사한 햇빛이 늘 함께 한다. 자연이 주는 모든 것은 텃밭에게도 시인에게도 자양분이 된다. 어머니의 품처럼 둥그스름 늙은 호박이 펑퍼짐 여물고 있는 텃밭이 있는 풍경 그곳이 우리 모두의 고향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글/ 박미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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