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하성면 시암리 농수로에서 이정근씨. 당시 "자신이 죽으면 누가 이를 관리하냐"고 우려했다.

매일 40리 돌며 수문관리, 이 일대 ‘천수답’ 옥토로 만들어

평생을 무보수로 하성면 일대 수문을 관리하며 “내가 죽으면 누가 관리하냐”고 걱정하던 이정근씨(87)씨가 지난 18일 그렇게 소원하던 시암리 양수장 준공을 1주일 앞두고 현장을 확인하고 돌아가는 길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하성면 시암리가 고향으로 천수답인 이 일대 8만여 평의 농경지를 위해 평생을 물 관리를 노력해온 故이정근씨는 후평양수장에 이어 시암양수장도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심장마비로 사망한 당일 또한 시암양수장 준공을 앞두고 현장을 돌아보며 준공전 필요한 부분을 지적하고 돌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주변 지인들에 따르며 “비가 오던 당일 시암양수장 건설공사가 잘되고 있는지 다녀오는 길에 사망했다”면서 “해병부대 언덕에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빗에 젖은 비포장길 3백여m를 내려갔다 다시 미끄러운 길을 힘들게 올라와 오토바이를 타려는 순간 쓰러졌다”고 전했다. 또한 “그동안 후평리의 농업용수를 시암리로 이어져야 하는 것을 오랫동안 건의했으며 시암양수장 또한 故이정근의 노력으로 이뤄진 만큼 각별한 애정이 있었다”고 전했다.

故이정근씨는 농사철에는 매일 하루 40리길을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고 시암리와 후평리 등의 농경지를 찾아 수문관리를 해왔다. 천수답 시절에는 강물을 막아 나무문을 만들어 수문으로 활용하고 경지정리가 되면서 현대식 수문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기계식 장비를 맨손으로 돌리며 물을 조절했다. 수문이 전동식으로 바꿔진 것도 불과 5년 전이다.

곧 아흔을 앞두고 있던 故이정근는 올해 초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일을 대신할 사람이 없어 앞으로의 일이 걱정이다”면서 “무보수로 평생을 해온 일이어서 나서는 사람도 없고 맡길 사람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우려한 바 있다.

곽종규 기자  gyoo496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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